홍수처럼 밀려오는 당뇨병콩팥병

대한민국도 2025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의미하는 것은 모든 국민이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커지는 것이다. 이미 질병에 대한 국가적 비용이 가장 큰 질환이 만성콩팥병이고 이러한 결과는 초고령사회라는 현상과 맞물려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현재까지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 질병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작용에 대한 저항성이 있어서 발생하는 고혈당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이며 이러한 고혈당과 함께 다양한 기전에 의해 인체의 많은 장기와 혈관에 합병증을 초래한다. 많은 당뇨병의 합병증 중에서 콩팥합병증은 매우 중요한 질병이며 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즉 당뇨병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많이 퍼져있는 것인지 그리고 당뇨병에 의해 콩팥병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를 아는 것은 치료의 목표와 전략을 세우는데 기본이 될 것이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 (16.1%)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 성인에서는 10명 중 3명(30.1%)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즉 대한민국 30세 이상 성인 526만 명이 당뇨병이 있다는 의미이다. 30세 이하를 통합하면 그 숫자의 증가는 자명한 일이다. 더욱더 무서운 것은 최근에도 계속해서 당뇨병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며 인구 집단 중 30세 이상 성인에서만 분석한 결과에서 44.3%에서 벌써 당뇨병 전단계라는 것이고 인구의 절반가량이 당뇨병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절박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만성콩팥병은 또 어떠한가? 대한신장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9명당 1명 (460만 명)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으며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가 5,164만 명이라고 했을 때 말기신장병으로 신대체요법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교해본다면 우리나라는 말기신장병의 발생률이 세계 4위이고 유병률로 비교한다면 세계 2위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말기신장병 유병률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타 국가와 비교한 결과 세계 1위라고 한다. 정말 홍수처럼 밀려드는 만성콩팥병의 고통이 우리 사회를 집어 삽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환자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높은 질환은 만성콩팥병이고 투석이 임박한 만성콩팥병 환자의 진료비는 일반 고혈압 환자 진료비의 21배에 해당한다고 하니 세월이 흐르면서 만성콩팥병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만성콩팥병에서 말기신장병으로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학적 과제이자 국가적 사명이다. 

대한신장학회는 1987년부터 말기신장병 환자 등록 사업 (Korean Renal Data System, KORDS)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매년 우리나라 신대체요법 현황 보고서를 발간한다. 그 자료에 의하면 매년 말기신장병의 발생률과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말기신장병의 원인은 당뇨병 (47%), 고혈압 (21%), 사구체신염 (9.8%), 낭콩팥병 (1.6%) 순서이다. 즉 말기신장병의 원인 질병으로 당뇨병이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통계 결과는 당뇨병콩팥병을 더욱 잘 관리해야겠다는 의무감마저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말기신병증 환자의 53.3%는 65세 이상이라고 보고하여 초고령사회에 접어드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고령의 당뇨병콩팥병 관리는 더욱 중요한 진료의 목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당뇨병콩팥병은 예방 가능한 질병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은 만성콩팥병 외에도 눈에 생기는 망막증, 신경을 침범하는 신경병증, 혈관을 침범하는 동맥경화증을 비롯하여 매우 다양하게 발생한다.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혈당이다. 즉 초기부터 적절한 혈당 조절이 합병증 발생과 질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외에도 당뇨병에서 흔히 동반하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의 적극적 조절이야말로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생각한다. 물론 저염식이, 금연, 체중 관리, 운동 등의 생활 습관의 교정은 약물 치료의 극대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교육해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생활 지침이다. 그렇지만 당뇨병이 있는 30세 이상의 성인 중 65.8%만이 당뇨병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치료를 받는 경우는 10명 중 6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향후 우리나라의 당뇨병콩팥병 관리를 위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임을 알려준다. 

 대한신장학회는 현재 난관에 봉착한 우리나라 당뇨병콩팥병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극복하기 위한 국민 콩팥 건강개선안 (Kidney Health Plan)을 제시하고 국민 콩팥 건강 개선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기존 정책을 개선하는 노력을 시작하였다. 2033년까지 향후 10년 내 만성콩팥병 환자 10% 감소, 당뇨병 말기신장병 환자 비율 10% 감소, 혈액투석의 비율 감소와 함께 말기신장병 환자의 재택 치료 비율을 33% 증가를 목표로 환자 중심 치료를 통해 진료의 질적 개선과 대국민 홍보를 통한 치료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대한신장학회 홍보위원회에서는 질병 홍보와 환자 교육을 위해 ‘내 신장이 콩팥콩팥’ 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비롯하여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으며 ‘대한신장학회’와 ‘위뉴’의 협업을 통해 국민이 건강한 삶을 찾게 되는 그날까지 안정한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카드 뉴스를 제작하여 대한신장학회 일반인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또한, 2006년부터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을 중심으로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을 세계 콩팥의 날로 지정하여 콩팥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만성콩팥병의 합병증을 최대한 예방하여 건강한 콩팥의 유지하자는 목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진행 중이다. 되도록 많은 국민이 이러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다 같이 참여하는 진료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기대한다. 만성콩팥병을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침묵의 암살자로도 불린다. 또한 대부분 콩팥병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을 통한 질병 진행의 예방이 최선이며 좀 더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현재까지의 궁극적 치료 전략이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가 건강한 콩팥과 건강한 우리를 위해 필수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노력과 대한신장학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정부 유관 부서와의 긴밀한 협력이 머지않은 미래에 멋진 결실을 보게 될 것을 간절히 기대해본다.